우비썰 : 격ㄱI3班 AU


    https://youtu.be/fhXl4jV4pJU?si=onhJ6qe7uSWBieUt

     
     
     
     
     
     
     


     
     
     
     
     
     
     
     
     

     
     
     
     

    [ 비옌 -> 고가연(29) 키다리재단 사무총장 ]
     
     모 대기업 집안의 장녀로 흔히 말하는 탄탄대로를 걷는 듯하였으나… 친어머니가 타계하시고 아버지의 재혼으로 인해 후계구도에서 탈락하고 혼외자 취급을 받게 된다. 이복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거나, 사고로 위장된 생명의 위협을 받는 등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다. 결국 중학교 졸업 후 독일로 도피성 유학을 떠나 약대를 졸업해 약학사 학위 취득 후 귀국한다. 독일에서도 교우관계가 원만하지 못해 늘 혼자인 생활을 했었다.(사회성이 모자른 것도 있음) 그나마 말동무가 되어준 건 홈스테이 집주인 할아버지 정도(지금은 펜팔 정도만 한다.)
     
     유학시절부터 구상한 사업계획을 바탕으로 집안에서 약했던 입지를 키워나갈 예정이었으나 아버지에 의해 장렬히 실패한다. 이후 폐인처럼 지내다가(라고 적었으나 대부분 아버지 회사 총무부에서 꿀빨며 지냈다.) 아버지의 일정을 따라 남일고에 방문하면서 키다리 재단과 격기반의 존재를 알게 된다. 대외적으로 드러나진 않았으나, 아버지 또한 키다리 재단의 일원이었으며, 재단 내 아버지의 흔적을 따라 끈질기게 재단과 격기반에  대해 조사하던 고가연은 발리투도 부활이라는 재단의 목적과 그 과정에서 흘리게 된 수많은 피의 흔적을 파헤친다. 고가연은 이를 아버지를 무너트릴 도화선으로 작용케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아버지와 대등해질 수 없으니 차라리 등에 칼이라도 꽂겠다! 라는 결심이 선 고가연은 이후 아버지의 인맥을 통해 재단의 간부 자리를 얻게 된다.(통칭 낙하산) 평소 고가연을 향한 감시와 통제가 심했던 아버지였으나, 고가연의 급작스럽고 의뭉스러운 행보에 대해서는 왜인지 제지하지 않았다. 그렇게 고가연은 아버지를 끌어내리기 위한 흑심(목적)을 품고 키다리재단의 사무총장으로 취임한다. (작중시점 4~5년 전)

     
     동시에 굴다리와 키다리 재단의 커넥션이 생성되고, 파이트클럽과 트랜스휴머니즘(인체실험), 사체유기 등에 더욱 가까워진 고가연은 즐거운 증거수집에 여념이 없는 나날을 보내다가… 최악의 불청객 '기린'의 등장으로 탄탄대로였던 복수 계획에 차질을 겪게 된다. 갑작스레 굴다리에 나타난 기린은 그닥 눈에 띠는 독단적인 행보를 보인 것은 아니었으나, 뒷조사가 취미인 고가연의 종특 알고리즘에 의하면 기린이 자신보다 먼저 선수를 쳐 재단의 범죄 및 비리를 선수 쳐 까발릴 것이라는 결론 하에 눈엣가시 취급을 받게 된다.

     재단 밖에서는 최대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직원들에게 지시를 내리며 뒤에서 움직이는 편이었으나, 갑작스러운 기린의 등장으로 그가 모든 것을 망쳐버릴까 싶어 초조해진(기린:아무고토 안 함.) 고가연은 굴다리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사무총장이라는 직책을 숨기고 1년 전 새로 취임한 키다리 재단의 일반 사원인 연구팀장으로 직책을 속이며 자신을 소개한다. (작중시점 반년 전)

     
     오진은 한때 키다리 재단의 의료팀에 소속되어 트렌스휴머니즘 연구를 시행하였으나, 두 해를 넘기지 못하고 쫓겨난 채 눈밖에 난 지 오래였다. 그러나 고가연은 재단에 남아 있는 오진의 연구자료를 읽고 감탄을 금치 못했으며, 개인의 단독 판단 하에 오진의 연구를 서포트해 재단이 만족할 혁신적인 성과를 안고 재단에 복귀시켜 주겠다는 구실을 바탕으로 굴다리에 자주 드나들기 시작한다.(처음에는 모두 미심쩍어하는 반응이었으나, 이후 재단 내에서 고가연의 영향력이 약하지 않음을 실감하고 의심의 눈초리는 사그라든 상태) 사실상 기린의 감시와 견제를 목적이었으나, 기린 본인은 신경 쓰지 않아 속이 타는 모양.
     
     굴다리 멤버들에게 자신을 '팀장'으로 부를 것을 요구하였으나, 비실비실한 체격과 서류 더미를 들다가 손목을 삐끗하는 결정적인 사건으로 인해 '수수깡'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게 된다. (작중시점 반년 전~현시점)
     
     
     
     
     
    [ 지우스 -> 서지우(25) 경찰대학 휴학생, 남일고 출신 ]
     
     남일고 졸업생(激起3반 창설 전 시점), 종목은 킥복싱. 부모님 모두 사고로 인해 어릴 적 작고하셨다. 이후 친척집을 전전하다가 보육원에 맡겨지게 된다.(우연의 일치로 고가연의 아버지에게 직속 후원을 받는 보육원이었다. 추후 고가연이 서지우에 대한 손쉽고 치밀한 뒷조사의 경로가 되어준다.) 또래보다 왜소한 체격과 약한 체력으로 인해 자주 놀림받고 괴롭힘을 당했으나, 체격으로는 발려도 말빨로는 발리지 않는 성격 덕에 당하지만은 않는다. 불우하다면 불우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스스로 불행한 인생이라고는 여기지 않는다.
     
     보다 못한 룸메이트 형이(중학교 유도부 소속) 싸움을 배워 강해져야 한다고 서지우를 닦달하였으나, 싸움을 싫어했던 서지우는 조깅 정도의 체력단련이 최대. 그러나 보육원에서 남몰래 짝사랑했던 누나가 '요즘 격투기하는 사람이 멋있는 것 같아.'라고 하자 X튜브 시청과 룸메이트 형의 조력 하에 격투기를 독학하기 시작한다.(그냥 아무거나 검색해서 봤다.) 중학교 때 방과 후 활동에서 진행된 복싱 수업(이라고 명칭했으나 호신술 수업에 가까운 수업)에서 코치의 눈에 띄며 문하생 제의를 받게 되고, 이후 본격적으로 킥복싱에 입문하게 된다.
     
     천재나 샛별까지의 칭호는 아니었으나, 묵직하면서도 날렵한 킥과 깔끔하고 정확한 기술에 주목을 받으며 출전하는 대회에서 꾸준히 입상하는 실력을 자랑한다. 중등부에서는 최우수~우수상을 놓치지 않았으나, 여전히 격투기를 '싸움'으로 범주화하여  완전한 스포츠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슬럼프에 빠지며 3학년 때는 순위가 떨어지고 입상을 놓치는 등 내적인 갈등이 바깥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결단을 내린 서지우는 중학교 3학년 2학기 때 킥복싱을 관두게 된다.
     
     무엇보다 격투기를 이어나가기엔 보육원이 져야 하는 금전적인 부담이 컸고, 일부 재단의 후원이 중단되며 보육원은 재정위기를 겪고 있었다. 서지우는 일반계 고등학교에 입학하기로 한다. 평소 성적을 챙기는 것에 소홀하지 않았기에 준비는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연합고사를 준비하던 어느 날, 남일고의 입단 제의를 받게 된다. 이미 접었다는 미지근한 반응으로 제의를 거절하였으나, 남일고의 풍족한 지원 및 후원 정책에 대해 듣게 된 서지우는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남일고의 스카웃 제의를 받게 된다.
     
     예상대로 남일고의 모자람 없는 후원을 받으며, 서지우는 걱정 없는 학창시절을 보낸다. 신입 시절에는 학기 적응과 훈련, 경기 출전, 시험 또다시 훈련으로 굴러가는 생활에 기이함을 눈치채지 못하였으나, 학교가 단순히 체육특기생 양성이라는 번듯한 목적으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챈 서지우는 이춘배(남일고 전 이사장)의 뒤를 캐기 시작한다.

     
     이춘배의 흔적을 쫓자 서지우는 자연스레 재단의 존재에 대해서도 도달하게 된다. 다른 사람에 비해 예리하고 지적인 부분이 뛰어났으나, 미성년자 고등학생이 돈과 권력으로 뭉쳐진 범죄비리소굴 집단의 상대가 될 리가 만무하다. 서지우는 얼마 가지 않아 꼬리를 잡히고 치명적인 역풍을 맞게 된다. 교내 대회의 모든 입상 이력이 취소되고 후원은 중단되었다. 이춘배와 재단의 뒤를 밟은 대가로 퇴학을 면치 못할 신세였으나, 서문옥 교장의 도움으로 정학에 그치게 된다. 다만 격기반 퇴출은 면하지 못해 인문반으로 중도편입된다. 격기반에서 작성된 서류 및 학생부 기록지의 일부는 인문반으로 인계되는 과정에서 서문옥 교장의 입김으로 일부 삭제 및 폐기 처분되며 위기는 일단락된다. (작중시점 7년 전, 서지우 18살)
    ㄴ서문옥 교장의 부임 및 재직 시기는(15년전 이사장 이춘배 취임 &11대 교장 부임, 10년간 암흑기 이후 서문옥 교장 취임 및 암흑기 종결을 바탕으로 뇌피셜로 설정)

     씁쓸하고 뼈 아픈 패배의 맛을 본 서지우는 출혈이 컸으나, 심지까지 짓밟힐 인물이 아니었다. 도리어 오기가 생긴 서지우는 반드시 이춘배를 무너트리겠다는 각오를 다진다. 서문옥은 그런 서지우를 높게 평가해 그에게 협력하고 싶었으나,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리며 서지우를 만류한다. 그의 의견을 받아들인 서지우는 몸을 사리는 척 더 이상 이춘배의 눈에 띄는 짓을 하지 않으며 조용히 졸업했고, 공권력을 원했던 서지우는 경찰대에 수석으로 입학하게 된다. 

     
     경찰대를 입학한 후에도 꾸준히 학교 소식을 들여다보고, 서문옥 교장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계속해서 시기를 엿본다. 이후 서문옥 교장의 활약으로 이춘배 구속, 그에 뒤이은 이춘식 취임으로 激起3반이 창설되자 서지우는 다시 움직여야 할 적기는 지금이라 판단한다. 그러나 국방의 의무로 인해 군복무 중인 상황으로 이상 서문옥 교장과 편지를 주고 받으며 추후 계획을 도모한다. (작중시점 4년 전, 서지우 21살(일병))

     군제대 후 학교에 복학한다. 이춘배를 구속시키는 과정에서 서문옥이 많은 것을 잃었기에 서문옥 또한 다시 힘을 쌓아 이춘식을 쳐낼 적기가 필요했고, 그 적기의 서지우의 서포트가 필요하였다. '그때'가 오기까지 서지우는 학업에 전념하기로 한다. 물론 이춘식과 재단을 쫓는 일에도 열중했다. 꾹 참고 견디는 시간에 비례하여 힘이 쌓일 것이라고 그는 굳게 맹신했다. (작중시점 3년 전, 서지우 복학)

     
     조심스럽게 천천히, 그리고 꾸준한 조사 끝에 재단이 오래전 굴다리와 커넥션을 만들었고, 굴다리에서 트랜스휴머니즘을 명목으로 인체실험과 사체유기를 자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내자, 굴다리에 직접 잠입하기로 (당연히 독단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졸업을 앞둔 학교를 돌연 휴학하고(지금이 아니면 가장 결정적인 흔적들을 놓칠 수 있다는 생각에) 레드헬에 잠입해 재단과 이춘식의 꼬리를 잡기 위한 자료를 수집한다. 해당 과정에서 제철의 호걸과 협력하며 그에게 정체를 실토하며 거래를 제안하기도 한다. 그와 동시에 고가연의 심기를 건드리게 된다. (작중시점 반년 전, 서지우 재복학 및 굴다리 입단)
     
     
     
     
     
     
     
     
     
     


     
     
     
     
     
     
     
     
     
     

     
     
     
     
     
     
     

    - 관계성 위주 타임라인 사건-

    살인, 폭행,  칼빵, 출혈, 인체실험, 시체굴 등 묘사 주의
     
     
     
     
    https://youtu.be/hS3Ko3Uw1bQ?si=P26cTMIZHLq9Zv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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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 ( 니똥고 등장 전, 고가연 사무총장 취임 및 서지우 군복무 )

    본인 뇌피셜 3반 창설 시점, 작중시점 4년전~3년 전

     

     
     
     고가연 사무총장 취임, 대외적인 기사는 실리지 않았으나 재단 내부에서 고가연의 등장은 화두가 된다. 멀쩡한 총장을 사임하고 새파란 여자가 사무총장으로 들어선 것이 당치도 않았던 그들은 콧방귀를 뀌었으나 곧 고가연의 뒷배를 알게 되고 사바사바하게 된다. 그렇다. 고가연은 여기서도 꿀을 빨았다. 그러나 만성적인 자기 연민과 피해망상에 빠져 있던 고가연은 자신의 편은 하나도 없다고 궁상을 피우며 곧잘 수심에 잠기고는 했다. 
     
     
     사무총장의 취임식 이후, 재단은 생체실험을 위한 인적 자원 제공과 사체 유기를 위해 굴다리를 찾아와 거래를 제안한다. 고가연 또한 굴다리를 결정적인 무대로 생각하며 굴다리와의 거래에 적극적인 태도로 임한다. 굴다리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나, 굴다리의 연혁과 내부 사정에 대해 빠삭히 꿰고 있었다. (아마도 사람을 심었거나 뒷돈을 썼거나)
     
     
     또한 激起 3반에 관심을 가졌던 고가연은 (아마도) 재단의 임원인 이춘식과 적극적으로 교류하기 시작한다. 쎄빠지게 이춘식에게 뇌물을 갖다 바친 정성이 통했는지 이춘식은 이따금 남일고로 고가연을 초청하여 S랭크전을 관전시켜 주거나, 激起3반 학생들의 학생기록부를 넘겨주기도 했다.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는 것을 꺼려하는 성격과 자신에게 물리적인 힘이 없다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겼던 고가연은 격기반에서 자신의 수발을 들어줄 수견을 찾아 나선다.
     
     
     주로 3반에 입성할 수 있는 실력을 지녔거나 3반의 학생을 눈여겨보았다. 마음에 든 학생을 고르면 우연을 가장한 면담을 진행하기도 하였다.(현시점에서는 기훈과 자경과 안면이 있다.) 그렇게 자신의 수족이 되어 줄 적임자를 찾아가는 것처럼 보였으나, 끽해야 스무 살을 넘기지 못하는 고삐리를 써먹겠다는 자신의 사고방식에 현타를 맞고 수견찾기를 그만두게 된다. 이후 재단을 열심히 운영하며 범죄비리집단이 무럭무럭 체격을 키워나가기를 염원한다.
     
     
     적폐 세습을 싣고 남일고에 취임한 이춘식의 등장과 激起 3반의 창설은 쥐 죽은 듯 엎어져 살던 서지우를 움직이게 하는 소식이었으나, 국방의 의무를 피해 갈 수 없었던 그는 경찰대 1학년 재학 후 휴학하여 군복무 중인 상황. 탈영을 할 수도 없었으니 서지우는 서문옥과 인터넷편지를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 것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02. ( Dr.오진 재단 퇴출 ~ 서지우 복학, 추후 재휴학과 굴다리 잠입 )

    작중시점 3년~반년 전

     
     
     
      독학한 의술을 인정받은 오진이 재단 의료팀에 합류, 오진은 연구에 매진했고, 대부분의 시간을 연구실에서 보냈기 때문에 고가연을 마주할 일도 기회도 없었다. 고가연 또한 굴다리에 자신의 정체가 흘러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인물이었기에 그다지 오진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성과평가를 위해 올라왔던 연구 보고서 속에 적힌 이름으로 그를 마주할 뿐이다.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재단과 마찰이 잦았던 오진의 퇴출이 결정된다. 고가연 또한 오진의 퇴출을 반대하지 않았다.  그의 연구는 재단의 방향성과 다른 것은 사실이었기에. 결핍으로부터의 해방? 그런 뜬구름 잡는 이야기에 재단이 관심을 가질 리가. 그렇게 오진은 두 해를 넘기지 못하고 굴다리로 돌아가게 된다. 이후 레드헬과 손을 잡은 오진은 뚜따, 성체 발달술, 스테로이드 등등 광적인 연구를 이어나가며 인간계몽을 향해 분투한다. 굴다리에 소식통을 심어뒀던 고가연은 오진이 재단의 스테로이드 연구를 단독으로 이어나가고 있음을 알고 있으나 독학으로 전공자에 준하는 의술과 지식을 갖춘 오진을 높게 평가했기에 이를 제지하지 않고 오히려 재단의 귀에 들어가지 않도록 막아준다.
     
     
     서지우는 만기 제대 후 복학하여 학업을 이어나간다. 서문옥이 이춘배와의 기나긴 싸움으로 인해 잃었던 힘을 쌓고, 다음 타깃인 이춘식을 쳐낼 적기를 도모하는 동안, 대학 졸업을 우선으로 하는 듯하였으나 격기반에 굴다리 출신이 있다는 소문을 우연히 듣게 되자 서지우의 관심은 자연스레 굴다리로 향하게 된다. 높은 행동력 갖춘 서지우는 직접 굴다리를 찾아가기로 한다. 굴다리의 NPC와 다름없는 노름꾼들에게 자연스레 따라붙은 서지우는 파이트클럽까지 관전하며 제대로 된 굴다리 견학을 하게 된다.
     
     
     굴다리가 폭력과 도박 외에도 불법 약물 투약 및 유통이 왕성한 무법지대의 장임을 몸소 실감한 서지우는 굴다리의 현장 조사를 이어가기로 결심한다. 대한민국 서울에 한복판에 이런 슬럼가 같은 곳이 존재한다고? 무수한 생각에 잠기며 길을 걷던 서지우는 그만 길을 잘못 들어 시체굴에 입성하게 된다.(아무 굴다리나 들어가면 그게 출구와 이어지는 줄 알았다고 한다.) 그렇게 시체굴에서 짧지만 억겁의 시간과 같은 악몽을 경험한다. 서지우는 정신력이 강한 측에 속하였으나, 그렇다고 형체 없이 뒤엉킨 사체들이 주는 원초적인 공포와 자극에 꿈쩍하지 않는 쏴코패스 미친놈은 아니었다. 그 안에서 마주한 모든 것에 서지우는 트라우마에 가까운 충격을 받게 된다. 시체굴을 빠져나오자마자 토악질로 모든 것을 게워낸 서지우는 귀가 후 제일 먼저 시체굴의 지하수에 담가졌던 신발과 바지를 버리고 방안에 모든 불을 켠 채 잠에 들었다.
     
     
     물론 다음날 다시 굴다리에 기어들어간 서지우도 정신이 온전한 놈은 아니다. 서지우는 노름꾼으로 위장해 파이트클럽에 판돈을 걸며 몇 번의 관전을 이어나갔다. 경기 관전만으로 뭘 조사하겠다는 건데? 하는 의문이 들겠지만 관중석에는 레드헬과 제철공단의 조직원들 또한 있었다. 그들은 경기장의 소음을 방음벽 삼아 무심코 중요한 정보를 흘리고는 했다. 그렇게 관중석에서 흐릿하게, 그리고 반복적으로 주워 들었던 단어들을 조합하며 서지우는 퍼즐을 맞춰 나간다. 스테로이드, 개량, 오진,  재단, 키다리, 연구, 실패, 키다리, 재단, 키다리 재단….  서지우는 그렇게 다음 목적지로 걸음을 재촉했다.
     
     
     점이 모여 선이 된다. 굴다리와 재단, 재단과 남일고, 재단과 激起 3반 선이 모여 형태가 되고 그것이 뚜렷해지기 시작하자 서지우는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강렬한 직감에 휩싸인다. 그렇게 서지우는 돌연 재휴학을 화끈히 때려버리고 서문옥에게 어떠한 언질도 없이 굴다리에 잠입한다. 레드헬의 뉴페이스 '기린'의 등장이었다. 그가 레드헬을 택한 이유는 오진의 인체실험과 스테로이드 개발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재단과의 커넥션을 더욱 가까이 파헤칠 수 있는 조직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단원들은 기린의 입단 희망에 살벌한 눈초리로 대하는 듯했으나, 곧 정보미의 주도하에 레터링 케이크와 함께 기린의 신고식을 열어주었다고 한다. 신고식에서 서지우에게 가죽조끼를 수여하였으나 갖가지 핑계를 대며 입지 않았다.
     
     
     처음에는 외부인 출신의 기린을 달가워하지 않았으나 적두가 의외로 기린을 마음에 들어 했기에 큰 충돌은 없었다. (기린이 퍼트린) 소문에 의하면 기린은 밖에서 사람을 죽이고 수배를 피해 굴다리에 들어오게 됐다고 한다. 다행히 소문이 진짜인지 확인해 보려는 무모한 멍청이는 없었다. 양손을 주머니에 넣고 있는 것이 주머니 속에 있는 칼을 쥔 채 상시로 휘두르기 위함이라는 소문에 소문이 더해지자 서지우를 향한 경계와 의심의 눈초리 또한 금세 사그라들게 되었다. 그렇게 서지우는 굴다리에서 기린으로 자연스레 섞여드는 것에 성공한다.
     
     
     
     
     
     
     
     
     
     
     


     
     
     
     
     
     
     
     
     
     
     
    03. ( 연구팀장 수수깡 등장, 남일고 신학기 시작 )

     
     
     
     굴다리의 동향을 낱낱이 파악하던 고가연에게 기린의 등장은 달갑지 않은 소식임이 당연했다. 그가 외부인 출신인 건 둘째치고 고가연의 종특레이더에서 설명할 수 없는 쎄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초조해진 고가연은 정보상을 닦달하였으나 굴다리의 바깥 정보까지 꿰뚫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럼 감시라도 하시세요. 라는 고가연의 불호령에 정보상은 울며 겨자 먹기로 한 달간 기린의 뒤를 밟는다.
     
     
     파이트클럽과 아지트라는 고정루틴 외엔 특별한 수확이 없자 헛다리를 짚어 시간을 낭비했다는 진 빠지는 결론에 도달할 무렵, '녀석이 호걸과 만났습니다.' 고가연은 정보상에게 희소식이라면 희소식이랄 것을 듣게 된다.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았으나 가까이 가기엔 들킬 위험이 커 내용은 듣지 못했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고가연의 싸늘한 비아냥이 날아들 것이라 예상하였으나, 고가연은 짧게 웃음을 터트리고는 들뜬 목소리로 대답한다. 잘하셨어요. 호걸과 어떤 목적으로 만나는지 알아봐야겠네요. 고가연의 지령 아닌 지령이 떨어지고 통화는 종료된다. 정보상은 줄담배를 태웠다.
     
     
     성실한 정보상의 브리핑에 의하면, 근 한 달은 굴다리 내에서 괜한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한 기린의 적응기간이자, 발 뻗을 자리를 간 보는 중이었다고 할 수 있다. 자신에 대한 소란이 사그라들고 레드헬의 기린으로 온전히 섞여 드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한 기린은 본격적으로 자신의 계획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제철의 호걸과 주기적으로 밀회를 즐기는 것 이외에도 보초를 서는 척 오진의 실험실에 들어가 오진의 연구자료나 실험작을 살펴보는 대담함을 보이기도 했다. 고가연은 정보상에게 기린의 사진을 요구하는 등 고가연의 스토킹 또한 대담해지기 시작한다.
     
     
     물론 의심과 감시를 받는 건 기린뿐만이 아니었다. 고가연은 간과하고 있었다. 기린에게도 종특레이더가 탑재되어 있었으며(어쩌면 고가연보다 상위 호환인) 예전부터 꼬리가 밟힌 쪽은 오히려 자신이었다는 것을. '녀석이 오진의 실험 자료를 보고 있습니다. 그리곤…. ' 평소처럼 정보상에게 정기적인 브리핑을 듣던 중, 퍽 하는 둔탁한 타격음과 전화기가 바닥에 나뒹구는 소음이 이어지다 이윽고 정적이 깔린다. 고가연은 전화를 끊지 않고 청각을 곤두세운다. 누군가가 떨어진 전화기를 줍는 소리가 들린다. 기린일 것이다. 아니, 기린이다. 전화기를 사이에 두고 고가연과 기린의 첫만남이 성사된다. '너 정체가 뭐지? 나도 네 얼굴을 한번 봐야겠는 걸.' 고가연은 대답하지 않고 핸드폰을 물병에 담가버린다. 생각했던 것보다 목소리가 앳되네. 
     
     
     언제부터 눈치챈 거지? 자신도 모르는 사이 기린에게 허를 찔렸다는 굴욕감과 알면서도 눈치채지 못한 척 자신을 주시하고 있었다는 것에 고가연은 부아가 치밀어 견딜 수 없었다. 아는 것은 굴다리에서 쓰는 가명과 사실 여부 따위 개나 줘버린 찌라시들, 캄캄하고 흐릿한 사진 속 20대 초중반의 외관을 가진 남자라는 단편적이고 불확실한 정보뿐, 그러나 기린이 어떠한 목적을 갖고 굴다리에 잠입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고가연은 자신이 공들여 쌓아 온 판이 기린에 의해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다. 늘 제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손쉽게 쓰고 버릴 장기말을 두던 고가연은 극단적이고 파격적인 결정을 내린다. 
     
     
     그래, 내 얼굴이 그렇게 궁금하단 말이지…. 그렇게 고가연은 자신의 이름 한 글자도 흘러 들어가는 걸 허용치 않았던 굴다리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간다. 연이은 외부인의 등장에 날을 세우는 굴다리의 단원들에게 고가연은 1년 전 재단 소속 의료팀에 임명된 연구팀장이라는 (가짜)직위를 대며, 오진이 재단에서 남겼던 연구보고서를 전부 읽고 깊은 감명을 받은 나머지 그의 연구가 성공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서포트해 그를 재단으로 복귀시키기 위해 왔다고 한다. 모두의 반응은 당연히 구라 같은데로 통일된다. 고가연은 사실 관계 증명을 위해 제철의 감시 하에 구금 아닌 구금을 당한다. 그렇게 고가연의 처분에 대한 유예기간 동안 레드헬과 제철공단은 긴급회의에 들어간다.
     
     
     임원도 이사도 아닌 일개 사원이 재단과 합의도 없이 독단으로 행동한다는 것과 재단에게 외면당한 지 오래인 오진의 기이한 연구를 서포트한다는 점에서 사실성이 매우 떨어지며, 재단을 사칭해 명백한 구라를 지껄이는 파렴치한의 목을 치라는 목소리가 쏟아지나, 고가연은 굴다리의 문지기에게 키다리 아저씨들이 차고 있던 뱃지와 동일한 뱃지를 말없이 건넸었으며, 철저한 기밀에 부치는 재단의 연구보고서를 원본으로 지니고 있다는 물증을 바탕으로 사칭이 아니라는 동시에 재단 내에서 자신의 입지가 약하지 않음을 증명해낸다. 고가연이 재단의 일원임이 확정된 시점에서 더 이상 고가연에게 개입하지 말라는 강두와 적두의 지령이 떨어진다. 그렇게 고가연의 구금이 해제되며 불편한 손님맞이가 열린다. 레드헬은 대산국밥에서, 제철은 아지트에서 팀장의 환영파티를 열어주었다고 한다. 
     
     
     그렇게 연구팀장의 환영파티에서 팀장과 기린은 재회하게 된다.(첫대면은 이미 이뤄졌으므로) 별다른 통성명 없이도, 두 사람은 한눈에 서로가 오랫동안 주시해 왔던 '그 녀석'임을 알아차린다. 성큼 다가온 기린이 팀장에게 먼저 인사를 건넨다. 반가워, 레드헬의 기린이다. 낯설지 않은 첫만남이군. 기린의 의미심장한 한마디의 팀장의 표정이 묘하게 굳어진다. 악수를 건네는 기린의 손을 바라보며 팀장은 잠시 생각에 잠기고는 입을 여는데… 뭐야? 대시인가? 이창의 산통을 깨는 등장에 두 사람의 신경전 아닌 신경전이 흐지부지 끝나고 만다. 기린은 팀장에게 가볍게 목례하며 자리를 뜬다.
     
     
     대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데, 스물넷 아님 스물다섯쯤…? 운동은 해도 쌈박질하는 체격은 아닌 것 같은데 파이터즈가 아닌 일반대원이려나. 팀장은 기린을 신경 쓰지 않는 척하면서도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좀 더 조사해야 하나? 파이터즈가 아닌 이상 그럴 필요가 있나? 그냥 지체 말고……. 팀장의 눈빛을 읽은 이창은 팀장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낮게 속삭인다. 심부름, 뭐든 가능. 필요하면 이야기해. 이죽거리는 이창에게 팀장은 못 들은 체 대꾸하지 않고 그가 따라 건넨 주스를 한 모금 마실 뿐이다.
     

     고가연은 굴다리 단원들에게 자신을 '팀장'이라고 불러줄 것을 요구하나 몸 상태가 곧 부러질 수수깡 같군. 이라는 한방만의 한마디가 모두에게 강한 임팩트를 남긴다. 나름 자기 관리로 운동을 하고 있다는 뼈 있는 대답과 함께 자존심이 상한 팀장은 두터운 서류 더미를 한번에 들고 자리를 빠져나가려다 그만 뿌각-, 하는 소리와 함께 손목과 허리를 삐끗하게 된다. 그렇게 한방만, 한대만 형제에 의해 '수수깡'의 탄생 신화가 일파만파로 퍼져 나갔다. 
     
     
     기린과 수수깡이 느낀 서로의 첫인상은 멀쩡하게 생긴 여자애와 남자애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상대를 보면 모든 것을 꿰뚫어 볼 자신이 있었고, 그래왔었기에 기린의 치부까지 드러내리라 자만했던 고가연이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벽에 부딪히는 기분을 느낀다. 굴다리에서 집으로 귀가해 기린에 대해서는 잠시 접어두고 아버지에 대한 기사들을 스크랩하던 중, 십여 년 전 보육원 기부금 전달식에 찍힌 아버지의 사진을 보게 된다. 천진한 미소의 아이들에게 둘러싸인 채 아버지 또한 온화하게 웃고 있다. 위화감이랄 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사진이었다. 사람 좋은 척 뒤에서는 그딴 짓을 하고 있다는 게 소름이란 말이지. 그렇게 고려장을 다짐하며 스크롤을 내릴 무렵, 고가연은 익숙한 얼굴을 발견한다. 지금보다 더 앳된 모습이긴 하였으나, 기린이었다. 
     
     
     짧고 촌스러운 머리에 넉넉한 교복 차림. 중학교 1학년 때로 추정되는 기린의 모습에 고가연은 반가움을 느끼며 헛웃음을 터트린다. 이번만큼은 운이 나를 따라주는지도. 그렇게 고가연은 청영보육원에서 중암중으로, 중암중에서 남일고로…, 졸업한 모교뿐만이 아닌 그가 출전한 각종 경기까지 기린이 남긴 모든 발자취를 따라가며, '서지우'에 대한 퍼즐을 맞춰 나간다.
     
     
     고가연은 2주 가까이 쪽잠을 자가며 서지우 파악에 종지부를 찍는다. 마침내 서지우가 자신의 손바닥 안에 들어왔다는 근자감이 하늘을 찔렀으나, 자신도 꼬리를 잡힌 처지였다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고 한다. 서지우 또한 뒷배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있었으며, 정보와 거래를 위해 발품 파는 실력은 고가연보다 한 수 위였기에, 어쩌면 이런 류의 싸움에 능숙한 인간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과거 학생의 신분으로 이춘배의 뒤를 바짝 쫓았던 비범한 배짱과 참패했었던 경험까지 두루 갖추었기에 해당 경력(?)을 살려 서지우는 고가연의 눈을 속이는 동시에 고가연의 과거와 심리를 향해 조심스레 침범해 나갔다. 
     
     
     물론 서지우가 만만치 않은 인물임을 알고 있었던 고가연이었으나, 해당 싸움은 속도전이라 생각했기에, 당연히 자신이 한 발 빠르게 우위를 점했다고 생각한 고가연은 서지우의 머리 위에 있다는 듯 의기양양하게 굴며 점차 교섭을 가장한 위협을 가하기 시작한다. 고가연이 이창에게 슬슬 심부름을 시킬 준비를 할 무렵, 서지우는 긴히 부탁할 것이 있다며 고가연을 어느 공업단지의 폐건물로 불러낸다. 
     
     
     

    뚜연님(@skaqjqdjal23)

     
     
     
      이렇게 서로의 생일부터 시작해 과거 흑역사까지 일거수일투족을 털게 된 둘은 고가연과 서지우로서 다시 마주하게 된다. 방심하다가 제대로 어퍼컷을 먹은 고가연은 며칠간 식음을 전폐하며 화병을 앓았다. 서지우에게 모든 것을 간파당한 고가연은 둘만 있을 때에는 더 이상 가식을 떨지도, 가면을 쓰지도 않고 살벌한(동시에 솔직한) 태도로 그를 대했다.
     
     
     신상털기에 대비한 고가연의 철저한 노력이 무색하게도 과거 어머니가 개인 블로그에 업로드했던 고가연(상태 : 초딩)의 피아노 콩쿠르 영상이 신상털기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추후에 알게 된 고가연은 착잡한 섞인 모욕감을 느끼게 된다.
     
     

     
     
     
     
     
     
     


     
     
     
     
     
     
     
     

     
    https://youtu.be/PGfgpZm_0Rk?si=VgbVvQJlVLK_FmdK
      

     

     
     
     
     
     
     
     

     
     
     
    04. ( 니똥고 등장, 니똥고vs이창 데스매치 )

     
     
     
     니똥꼬(풀네임 : 니똥꼬 주름살)라는 숭한 이름의 뉴페이스의 등장과 그가 시체굴의 몬스터를 쓰러트렸다는 소식에 수수깡과 기린 또한 동요하며 니똥꼬에게 관심을 보인다. 몬스터라면 처리하는 데에 꽤나 애를 먹었던 오진의 실패작이었기에 수수깡은 니똥꼬에 대해 높이 평가하였으나, 곧 그가 제철에 소속되었으며 순수하게 쌈박질을 하러 굴러들어온 미친놈으로 생각되자 더 이상 니똥꼬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기린 또한 니똥꼬가 망나니처럼 굴다리를 휘젓고 있긴 했으나, 목적에 방해되는 인물이 아닌지라 크게 관여하지 않는다. 단지 궁금한 건…
     
     
     

    뚜연님(@skaqjqdjal23)

     
     
     
     당장은 서로 간의 견제와 기싸움이 더 급급한 수수깡과 기린이었으나(사실상 수수깡만 고군분투하고 기린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하루라도 빨리 기린을 치워버리고픈 수수깡이었으나, 기린이 온전한 신분이 있는 외부인(일반인)이라는 점, 그렇기에 섣불리 기린을 건드렸다가 아버지에게 소식이 흘러들어 갈 위험이 있었기에 신중하게 행동해야 했다. 물론 이는 수수깡의 발을 묶어두기 위한 기린의 묘수이긴 했다. 기린이 아버지의 직속 후원을 받던 보육원 출신이라는 점이 수수깡에게 유용한 장점으로 작용했었으나 지금은 외려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하고 말았다.
     
     
     이처럼 수수깡이 기린과 신경전을 벌이며(혼자서) 기린을 가만두지 못해 안달이 난 이유는 하나, 결코 그에게 협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상 재단을 이용해 아버지에게 흠집을 내고 싶은 수수깡이나, 재단을 통해 이사장을 끌어내리고 싶은 기린은 목표하는 방향이 겹친다고 할 수 있겠지만 삼 년 안으로 수수깡의 정략혼과 해외 지사 파견이 계획되어 있었다. 이는 아버지의 계획으로 곧 절대적인 법칙과 같았다. 한국을 떠나면 다시는 귀국하지 못할 게 분명했다. 그러니 수수깡에게는 정해진 기한 동안 무기가 될 증거를 모으는 것이 중요했고(재단이 최대한 많은 비리와 범죄를 저질러서), 증거는 이미 확보했기에 이춘식을 쳐낼 힘을 축적할 기간이 필요했던 기린에게 있어서는 결정적인 타이밍이 중요했다. 
     
     
     당연히 기린과 그와 협력하는 서문옥이 삼 년이나 이춘식의 적폐를 허용하겠다고 할 리가 없었다. 그 타이밍이 와버린다면 기린은 재단의 악행을 끌어낼 것이고, 이미지 관리에 철저한 아버지는 재단과의 꼬리 자르기를 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수수깡은 가장 강력한 무기를 잃게 된다. 새로운 수단을 찾아 재기할 틈도 없이 해외 투기행이 직행된다. 때문에 수수깡은 기린의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을 쏟으며 애가 탈 수밖에 없는 상황. 물론 기린이 이를 알 리가 없으니 왜 저래? 같은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서로 누군가를 끌어내리기 위한 계획을 품고 있다는 사실만 잘알고 있었기에 대화를 통해 서로의 진심을 파악하고, 합의점을 찾아가는 것이 필요했으나 수수깡은 기린과의 진솔한 대화를 거부했다. 오직 기린에게만 자신의 진실된(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진심을 나누는 것은 거부하는 역설에 기린도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다. 나는 널 방해할 생각이 없고, 너의 적도 아니야. 늘 기린이 먼저 수수깡에게 손을 내밀며 거리를 좁혀왔으나, 당신과 나는 달라. 수수깡은 똑같은 대답을 뱉고는 저멀리 물러날 뿐이다. 차마 좁혀질 수 없는 거리감을 유지하며 긴장감을 유지할 쯤, 이창과 니똥꼬의 데스매치가 결정된다.
     
     
     평소 성능 테스트 이외에는 파이트클럽 관중석에 거의 모습을 비추지 않던 수수깡도 니똥꼬와 이창의 데스매치를 관전하러 온다. 모순쟁이 호걸의 손목이 날아갈 수도 있다는 기대는 덤이었다. "누구한테 걸었어?"  VIP석에 앉아 말없이 경기를 관람하고 있던 수수깡에게 기린이 다가온다. 수수깡이 주변에 있던 레드헬의 단원들에게 눈짓하자 단원들이 자리를 비웠고 두 사람만 남게 된다.
     
     
     "앉으세요. 거슬리게 거기 서 있지 말고." 기린 별말 없이 수수깡의 퉁명스러운 말에 따랐다. 둘뿐인 관중석을 지나 살벌한 비주얼의 니똥꼬, 늘 그렇듯 음흉하게 이죽거리는 이창을 훑고는 단두대 아래 굵은 쇠사슬로 팔이 묶인 호걸과 기린의 눈이 마주친다. 건투를 빈다. 이현걸. 기린은 눈빛으로 그의 무운을 빌었다.
     
     
     "준비~" "땅!" 질뿌기의 외마디 비명과 동시에 경기가 시작되고, 니똥꼬의 파격적인 행동(죽빵!)에 관중석에서는 야유와 함성이 동시에 터져 나온다. 수수깡과 기린은 덤덤히 관전을 이어간다. 정확히는 난장판인 경기장을 카페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 정도로 삼으며 단도직입적인 대화를 시작한다. "수수깡, 너는 왜 이곳에 있지?" 수수깡은 관중석의 소란에 묻혀 듣지 못한 척한다. "네 계획이 정확히 어떤 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목표는 달라도 재단의 악행을 드러내겠다는 목적은 같지 않나?" 수수깡은 고개를 돌려 기린을 바라본다. "그렇다면, 너랑 내가 마냥 다르기만 한 건 아니잖아." 수수깡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는다. 

     

     "경기에 집중하시지 그래요." "너도 집중 안 하잖아." 기린은 덤덤히 대꾸한다. 기가 찬다는 수수깡의 표정을 가볍게 무시하고, 기린은 말을 잇는다. "그래, 그럼 질문을 바꾸지. 너는 굴다리 인간들과 다르다고 생각해?" 때마침 니똥꼬의 고함이 울려 퍼진다. 닥쳐!  이윽고 쇳소리 같은 마이크의 하울링이 귓가를 날카롭게 때렸다. 아, 머리 아파졌어…. 수수깡은 복수 이외의 것들을 생각할 때마다 머리가 지끈거리고는 했다. 대체 네가 하고 싶은 말이 뭔데. 굴다리에 오고 현타 안 왔냐고? 당연히 왔지. 안 왔겠냐? 굴다리에 온 이후 모든 것을 직접 마주한 수수깡은 더러운 회의감에 잠기고는 했다. 굴다리라고 하면 범죄자, 약쟁이, 기생충, 그러니 없는 게 나은 놈들, 그래도 되는 놈들의 소굴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니 사체유기와 인체실험의 자원지로 굴다리를 택한 것이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수수깡이 굴다리에서 직접 마주한 그들은 평범한 인간이었다. 빈곤과 기아를 극복하기 위해 나름대로 분투하던 사람들, 생존을 위해 극한의 상황까지 밀려날 수밖에 없는 사람들, 가진 것 하나 없기에 밑바닥에 떨어져 외면받는 사람들. 물론 지금 죽이고 자시고 거품 물며 소리치는 노름꾼들은 알 바 아니고…. '넌 없어져도 다들 잘됐다고 생각할 걸?' 문득 이복동생의 과거 발언이 뇌리를 스치며 수수깡의 속을 마구 헤집는 듯했다. 두통에 이어 오심이 치미는 수수깡은 결국 기린의 모든 질문에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늘 그랬듯이. 
     
     
     이후 니똥꼬가 관중석에 마이크를 휘두르며 난동을 피우고 이창의 각성으로( ??: 자신, 자신을 만지고 있다. ) 경기장이 더욱 소란스럽게 달아오른다. 역시 쌈박질은 볼 것이 못된다며 자리를 뜨려하자, "왜? 네가 하는 짓에 비하면 저 정도는 애교일 텐데." 대뜸 날아드는 기린의 발언이 수수깡을 멈춰 세운다. 질문이 안 먹힌다면 그 다음은 어그로와 도발인가. "네가 재단의 간부 자리에서 손가락 한 번 까딱할 때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깃덩이가 됐는지 알 텐데."

     

     참다 못한 수수깡의 손이 날아들어 기린의 뺨을 친다. "입 조심하세요. 진심으로. 죽기 싫으면." 수수깡의 손톱이 살짝 스치고 지나간 자리에서 피가 몇 방울 맺혔으나, 기린은 꿈쩍도 하지 않고 수수깡을 똑바로 응시한다. "하등한 인간은 없어. 못된 놈들은 있어도. 그리고 그 못된 놈들이랑 싸우는 게 내 일이거든." "그럼 복학이나 하세요." 수수깡은 헛웃음을 치며 구겨진 매무새를 정돈했다. "계속 그런다면…. 결국 괴로워지는 건 너뿐이야, 고가연. 잘 생각해 봐."

     
     
     수수깡은 잠시 바람을 쐬고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뜬다. 아마도 다시 돌아오지 않겠지. 기린의 예상과 달리 수수깡은 잠시 뒤 손에 샴페인을  든 채 나타났다. "그렇게 내 대답이 듣고 싶다면 해줄게. 우선 너나 나나 맨정신은 안 되고." 수수깡은 샴페인의 코르크를 거칠게 따고는, 잔에다가 술을 따라 기린에게 건넸다. 처음 보는 낯선 모습에 기린이 잠시 당황하다가 잔을 받아든다. 잔에 자백제를 발라두었다는 사실을 모른 채로,, 그러나 수수깡이 자백제가 발린 잔을 착각해 그만 기린이 아닌 본인이 자백제를 마시고 말았다.(이런) 샴페인을 한 모금 넘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무장해제가 되어버린 수수깡의 상태를 본 기린은 수수깡의 숨겨진 꿍꿍이를 눈치챌 수 있었다. 치밀하면서도 어떨 땐 말도 안 되게 허술하단 말이지. 
     
     
     기린은 혀를 차며 수수깡을 안타깝게 바라보다가, 이내 절호의 찬스를 놓치지 않고 집요한 인터뷰를 시작한다. "수수깡, 네 계획은 뭐지?" 수수깡이 맥없이 대답한다. "복수." "누구에게?" "아빠한테." "왜?" "우리 엄마를 죽였으니까." 기린은 잠시 침묵하며 주위를 둘러본다. 여전히 기린과 수수깡 두 사람 뿐인 구석진 층이었고, 다들 니똥꼬와 이창의 경기를 관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래, 네가 하고 싶은 복수에 대해 계속 얘기해." 기린은 숨을 죽이고는 고가연에게 집중한다. 사그라질 줄 모르는 경기장의 소음으로 인해 고가연에게 가까이 붙어야하는 수고가 있었으나, 성능 좋은 방음벽이 되었다. 겉보기에도 기분 좋게 취한 수수깡이 기린과 수다를 떠는 모양새였으니. 기린은 마음껏 취조를 이어간다.
     
     
     "복수가 끝나면 넌 무엇을 할 거지?" 기린은 마지막 질문을 내뱉는다. 수수깡은 복수의 끝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후련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답한다. 복수가 끝나면, 아버지를 내 손으로 끝낼 수 있게 된다면 그때는 나도…… 
     
     
     

     
     
     
     그런데 이때 창이의 상태가?! 관중석이 어수선하게 술렁이기 시작하고, 기류가 바뀐다. 기린은 그대로 취조를 종료하고 경기장을 내려다본다. 창이의 숨이 넘어가기 직전, 데스매치의 룰에 따르면 이창의 사망 시 즉시 니똥꼬의 패배가 되고 호걸의 오른 손목이 날아갈 위기에 직면했으나, 정보미의 날록손 투약으로 일단락된다. 꺽다리와 제철 쪽의 분위기가 묘했으나 기린은 크게 신경쓰지 않고 기절에 가깝게 잠들어버린 수수깡을 업고 관중석을 빠져나갔다. 수수깡의 상태를 본 적두와 써니 쟈가 의문을 가졌으나 '질뿌기의 알몸을 보고 술을 들이켜더니 혼절했다.'라는 기린의 말에 모두가 납득했다고 한다.(써니 쟈 : 나도)
     
     
     이후 수수깡은 늦은 밤, 오진의 진료실에서 눈을 뜬다. 천장에 달린 수액백이 거의 다 쪼그라들어 있었다. "정신이 좀 들어? 기절할 정도로 과음했다길래 수액 좀 놨어." 덕분에 두통과 오심은 씻은 듯 사그라들었으나, 단편적으로 흐릿하게 끊긴 기억들이 다시 수수깡의 머릿속을 헤집었다. 이제 괜찮으니까. 치워요. 오진은 수수깡에 팔에 놓은 주사를 제거해주곤 알아서 돌아가라는 말을 남긴 채 자리를 비웠다. 수수깡은 침대에서 내려와 세면대의 거울을 보며 부스스한 매무새를 정돈한다. 끊긴 기억들 또한 애써 더듬어 정리해본다.
     
     
     그러니까 나의 회심작 자백제를 기린이 아닌 내가 마셨다는 거지. 이 사실 하나만으로 수수깡은 오장육부가 뒤집히는 듯했다. 거울 속 살벌한 표정을 한 자신의 뒤로 기린의 모습이 비친다. "어마어마한 약을 만들었던데? 난 오진이 아닌 네게 투자하겠어." 욱한 수수깡이 주먹을 휘두르자 기린은 말없이 얼굴을 내어준다. 약효과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는지 전보다 더욱 형편없는 주먹이었다.
     
     
     화가 풀릴 때까지 기린을 흠신 두들겨 팰 생각이었으나, 도중에 힘이 빠진 수수깡이 앞으로 고꾸라진다. 기린은 제게로 쏟아지는 수수깡을 붙잡아주다 넘어지며 함께 바닥 위를 나뒹굴었다. 수수깡은 매섭게 기린을 내려다보았다. "네게 협력할 의향은 있어도, 네 '복수'에 협조할 의향은 없거든." 자기 꾀에 빠진 꼴이었기에 역정을 낼수록 비참해지는 건 수수깡 자신이었다. 수수깡은 기린을 바라보며 씩씩거리다가, 이내 화를 삭히고 차분해진 얼굴로 자리에 일어나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진짜 더럽게 끈질겨. 알아?" 쏘아붙이는 말투와 달리 수수깡은 처음으로 기린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기린은 피식 싱거운 웃음을 내뱉고는 수수깡의 손을 잡고 몸을 일으켰다. 아무래도 자본과 권력에서는 자신보다 한 수 위인 수수깡을 적으로 돌리기에는 부담이 컸기에 기린은 줄곧 수수깡과 중립을 유지하거나 협력 관계가 되어 수수깡을 이용하려 했었다. 얼떨결에 알게 된 수수깡의 사연을 듣고 동정 아닌 동정심이 생겼다는 건 계산 밖이었지만. 기린은 큰 수확을 거두었다는 것에 흡족해하면서도, 마침내 수수깡과 자신 사이에 꼬인 실타래를 풀어낸 것 같아 후련한 기분이 들었다. "잘 부탁해. 고가연." 기린은 그렇게 말하고는 뒤이어 정중하게 자신을 통성명했다.
     
     
     너와 굳이 싸우고 싶지 않아. 난 의외로 싸움을 싫어하거든. 처음으로 기린과 평화로운 교섭 아닌 교섭을 마친 고가연은 서지우의 말을 머릿속에서 곱씹으며 헛웃음을 터트린다. 고가연은 서지우와 엮이면 엮일수록 뜻대로 되지 않는 일투성이었다. 물론 그로 인해 고가연이 불이익을 당한 것은 없었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역시 안 되겠어. 마침내 고가연은 서지우를 처리하기로 결심한다. 
     
     
     
     
     
     

     
     


     
     
     
     
     
     
     
     

    https://youtu.be/SANPkk1vCzw?si=pHMwaDrC4Z54rtap 

     


     
     
     
     

     
     
    05. ( 니똥고 VS 써니 쟈, 그리고 비상조치… 삽살개 하나 )

    굴다리의 결말 동시에 두 사람에 결말

     
     
     

     데스매치의 외부인을 끌어들인 사실을 눈치챈 양기훈은 강두에게 입을 다물어주는 대가로 리매치를 은밀히 제안한다. 강두과 제철은 이를 받아들였고, 레드헬 또한 이창의 패배를 면하기 위해 이를 승낙한다. 그렇게 잠깐의 평화로운 휴식기가 지나고,  써니 쟈와 니똥꼬의 리매치가 시작된다. 그와 동시에 애시당초 판을 엎어버릴 속셈이었던 강두는 레드헬 습격을 준비를 하며, 호걸을 제외한 제철공단과 강두에게 (반강제) 포섭당한 일부 세력이(귀둥, 쌍둥이 등등) 파벌전쟁을 준비한다. 
     
     
     한때 수수깡의 의뢰를 받았던 정보상 또한 강두에게 포섭되면서 살기 위해 나불나불 정보를 팔아 넘기게 되는데, 이때 기린과 수수깡에 관한 세부정보를 강두가 모조리 알게 된다. 기린은 굴다리 내에서 처리해 은폐하기로 결심하고, 수수깡은 숨은 붙여두되 다시는 굴다리에 발을 들일 수 없게 만들기로 한다. 제철의 참모인 호걸이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비밀리에 진행된 계획이었기에, 기린과 수수깡 또한 닥쳐올 재앙을 모른 채 오진의 진료실에서 라면이나 먹고 앉아있었다.
     
     
     그렇게 비상조치 삽살개 지령이 떨어지고, 전쟁의 서막이 오른다. 아무것도 모른 채 잠시 물건을 가지러 나왔던 기린은 색다른 차림을 한 귀둥을 마주치게 된다. 평소 귀둥과 사이가 나쁘지 않았던 기린은 의심의 여지 없이 귀둥에게 반갑게 인사한다. "저번에 기념일은 잘 준비했어? 그건 초롱의 선물인가. 잘 어울리는군." 평소 같으면 신나게 초롱에 대해 늘어놓았을 귀둥이 싱겁게 대꾸한다. 이상하다. 원래라면 초롱이와 꽁냥거리며 데스매치를 보고 있을 타이밍 아닌가? 잠시만…. 기류가 바뀐 귀둥을 보며 기린도 경계를 품기 시작한다. 기린의 경계심을 눈치챈 귀둥 또한 전투 태세에 돌입한다. 미안하게 됐다. 기린.

     
     
     

     

     귀둥의 말이 끝나자마자 기린이 킥을 날렸으나 귀둥의 칼날이 더 빨랐다. 칼날이 찌르고 지나간 정강이에 따근한 피가 흐르는 동시에 극심한 통증이 밀려온다. 킥을 날릴수도, 킥을 날릴 반대 다리를 지탱할 수도 없게 되자 한때 서지우의 전문이었던 킥복싱은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대학교 실습 시간에서 배웠던 호신술을 구사하려 했으나, 상대는 강도가 아닌 병기에 가까운 칼잡이였다. 칼을 쥔 귀둥의 손목을 붙잡는 것에 성공, 그대로 귀둥의 얼굴에 펀치를 갈기고 팔을 꺾으려 했으나 귀둥이 서지우의 다친 정강이를 가격하며 실패. 무심코 귀둥의 손목을 놓쳤고, 아차하기도 전에 귀둥의 칼날이 서지우의 복부를 깊숙이 찌르고 빠져나가기를 반복한다.

     
     
     혈액이 급속도로 쏟아지는 감각, 격통과 함께 블랙아웃이 찾아오고, 기린은 그대로 시체굴에 버려진다. 아직 서지우의 숨이 붙어 있다는 걸 알았으나 귀둥은 말없이 등을 돌려 오진의 수술실로 향한다. 출혈부위에 닿는 물살이 지혈을 방해하며 출혈이 멈출 줄 모른다. 혈압이 떨어지고 어지럼증이 찾아온다. 각종 장기에 혈액과 산소 공급이 급감하고 쇼크에 가까워지자 서지우는 주마등에 접어든다. 

     
     
     아주 어릴 적, 그러니까 부모님이 살아계실 적에, 초등학생이었던 서지우는 귀가 후 매번 현관문이 잘 보이는 쪽에 앉아 숙제를 하고 남는 시간은 책을 읽거나 텔레비전을 보곤 했다. 하교 후 학교 운동장에서 해가 질 때까지 벌어지는 축구경기에 끼고 싶었으나 체격이 작고 체력이 약하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또래와 잘 어울리지 못했으나, 그다지 외롭거나 슬픈 기분은 들지 않았다. 능숙하게 냉장고에서 밥과 반찬을 꺼내 저녁을 차려먹고 있으면 부모님이 왔으니까. 맞벌이로 바빠 퇴근이 늦는 부모님이었으나, 잠을 잘 때 만큼은 늘 함께였으니까. 어린 시절의 서지우는 부모님의 품에 파묻혀 잠에 든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평범하고 행복한 가정이라 생각했다.
     
     
     결국 그날, 그날은……. 현관 앞에서 혼자 잠에 들었었지. 그때 비참한 얼굴로 사고 소식을 전하러 온 큰아빠가 아닌 두 분이 오셨다면 참 좋았을 텐데. 그래 지금처럼 문을 열고 다가와서… 짧은 무호흡이 이어질 타이밍을 깨며 고가연의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야! 정신 차려!  나 좀 봐봐!" 고가연이 꼬집고 때리는 자극에 서지우가 정신을 차리려 애쓰는 듯 보였으나, 이내 초점이 풀리고 다시 위태로운 호흡을 이어간다. 
     
     
     


     

     
     
     
     
      젠장! 기린이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자 복잡한 공업단지에서 길을 잃었다고 생각한 고가연이 서지우를 찾아나섰으나 무성한 핏자국만이 고가연을 반겨주었다. 조심스레 숨을 죽이며 핏자국을 따라가자 그 끝에는 시체굴이 있었다. 바람을 타고 섬뜩한 습기와 살이 썩는 악취가 코를 찔렀다. 그래, 녀석은 목숨 귀한 줄 모르고 설쳐댔으니까. 결국 대가를 치른 거겠지. 꼴좋다. 고가연은 시체굴을 등지고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재단에 연락해서 데러리 와달라고 해야겠어…. 핸드폰을 켜 재단에 전화를 건다. 뚜르르르, 긴 신호음이 이어진다.


    XX!! 킥복싱 했었다면서 왜 처발려가지고는! 어느새 고가연은 시체굴에 뛰어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지하수에 잠긴 채 불어나 흐물거리는 고깃덩어리와 썩고 남은 뼛조각들이 계속해서 구두 끝에 차였다. 고가연은 두 눈을 질끈 감고, 양쪽 귀를 틀어막은 채 계속해서 시체굴을 헤쳐 나갔다. 새롭게 닿는 말캉거리는 감촉에 번뜩 눈을 뜨자 애처롭게 몸을 만 채로 다 죽어가고 있는 서지우를 발견한다. 진짜, 지랄!

     
     
     출혈로 저체온증에 찾아온 건지 온몸이 얼음장처럼 차갑다. 어떻게든 일으켜 세워서 데려가려고 했더만. 이미 임종 호흡에 접어 서지우는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고가연은 가까스로 서지우를 부축해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성공했으나 축 처진 서지우의 몸무게를 이기지 못한 고가연은 바닥으로 나뒹굴고 만다. 입구 쪽으로 웅성거리는 인기척이 들리기 시작한다. 제발, 환청이기를 바랐으나 서지우 또는 고가연의 뒤를 쫓는 누군가임을 분명했다. 이대로면 둘 다 개죽음이다. 고가연은 고심 끝에 늘 실험 가운 주머니에 구비해두었던 스테로이드를 집어든다. 
     
     
     
     
     간신히 서지우를 부축해 시체굴을 빠져나가자 재단의 사원 한 명이 둘을 맞이한다. 사원은 총장의 꼬라지에 묻고 싶은 것이 많았으나 고가연은 우선은 입 닥치시고 엑셀 밟으라며 고함을 내지른다. 고가연은 가쁜 숨을 고르며 멀어지는 굴다리를 바라본다. 막 시체굴에서 빠져나온 누군가가 멀어지는 차를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었다. "그, 병원으로 먼저 모실까요?" 뒷좌석에 함께 몸을 구기고 있는 서지우의 상태는 실시간으로 악화되고 있었다. 언제 맥이 멈춰도 이상할 것 없었다. 사원이 고가연의 눈치를 보며 물었으나, 당장 코앞에 있는 병원을 가더라도 수술을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하하, 난 뭐한 거지. 왜 답지 않은 짓을 한 거지? 서지우의 피로 검붉게 젖어가는 시트를 바라보며 고가연은 헛웃음을 토해낸다. 그냥 그대로 두고 나오나, 데리고 나오나 어차피 죽을 목숨일 텐데. 번거로운 짓을 해버렸어. 이대로 서지우의 죽음을 은폐하고, 저 사원의 입만 틀어막는다면 아무 일도 없을 것이다. "총장님?" 아, 머리 아파. 고가연은 두 눈을 질끈 감고 생각에 잠긴다. 
     
     
     "왜 내 복수에는 협조해주지 않지?" 고가연은 문득 며칠 전 나누었던 서지우와의 대회를 떠올린다. "난 네가 죽지 않았으면 하니까." 고가연의 복수 계획을 서론부터 결론까지 알고 있었던 서지우는 건조하게 대답했다. "난 네 애인도, 친구도, 가족도 아닌데 어째서?" 고가연은 정말 궁금하다는 듯 다시 질문했다. 서지우는 짧게 숨을 토해내고는 입을 열었다. 그야—.
     
     
     서지우를 살리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아빠가 터 놓은 수저찬스를 쓴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아버지가 전부 알게 된다. 아버지가 이 모든 것을 알게 되면… 그러나 고가연은 추후 떠안게 될 뒷일을 따질 겨를도 없이 아버지와 각별한 어느 외과 교수에게 곧장 전화를 걸었다. 그렇게 교수의 불호령으로 어느 대학병원의 수술방이 서지우를 위해 신속히 열리게 된다.
     
     
     그렇게 무사히 몇 시간의 응급수술이 마무리되고, 서지우는 중환자실로 입원하게 된다. 이게 되네. 암튼 수술하다가 사망할 줄 알았는데 고비는 넘겼고 중환자실에서 며칠 보다가 병동으로 옮깁시다. 피곤에 찌든 주치의 투박한 브리핑이 마무리된다. 고가연은 산소마스크와 피주머니, 각종 주사줄을 주렁주렁 달고 안정중인 서지우를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제대로 숨 쉬네. 다행이다.
     
     
     특별 면회를 마친 고가연은 귀가할 준비를 했다. 화장실에 들러 거울을 마주보자 여태껏 본 적 없었던 몰골의 자신을 발견한다. 와 심한데. 고가연은 쓴 웃음을 뱉어내며 세면대에서 대충 세수를 했다. 칸에 들어가 고가연의 꼴을 보다못한 사원이 떠나기 전 건네준 옷으로 갈아입고, 복도로 나와 물 한 모금을 넘기자 극심한 피로감이 몰려왔다. 아버지께 설명이고 나발이고 우선은 집으로 가서 잠을 자는 게 우선이었다.
     
     
     병원에서 집까지 얼마나 걸리더라? 지도 어플로 경로를 계산하던 고가연의 앞으로 검은 그랜저 한 대가 멈춰 섰다. 고가연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말하지 않아도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아버지가 보낸 차다. 그랜저에내린 기사는 고가연에게 깍듯이 인사하며 뒷좌석의 문을 열었다. 시간이 늦었으니 댁까지 직접 모셔오라고 하셨습니다. 어째 너를 위한 관짝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고가연은 익숙한 기분을 느꼈다. 기분이라기보다는 '그날'의 경험에 가까웠다. 그랜저의 문이 열리고 몸을 실으면 뒤이어 운전석에 앉은 어두운 낯빛의 기사가 룸미러를 통해 고가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댁까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그날은 눈도, 비도 오지도 않는 화창한 날이었는데도 타이어가 미끄러져 사고가 났다. 타이어가 불량이었다나 뭐라나. 운좋게 치명상을 피한 고가연은 두달 간 병원 신세를 졌으나 목숨은 건졌다. 이는 아버지의 말을 어기고 반항했던 대가이었음을 깨닫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교통사고로 위장된 살해 위협을 받은 고가연은 더이상 개인기사를 두지 않았다. 이후로 기X동행카드의 애용자가 되며 짧은 거리는 인파가 많은 큰길을 통해 걸어다니는 PTSD에 가까운 습관이 생기게 되었다. 

     
     
     그러니 이 망할 그랜저가 오기 전에 빨리 걸어서 튈려고 했던 건데…. 그래도 병원에 데려가서 다행이야. 고가연은 미련 없이 뒷좌석에 몸을 실었다. 뒤이어 운전기사가 운전석에 탑승한다. 철컥, 묵직한 소리와 함께 차문이 잠긴다. 힐끗 백미러로 훔쳐본 운전기사의 낯빛이 어두웠다. 고가연은 말없이 창문을 바라본다. 아마도 중환자실이 있을 층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너도 깨어나게 되면 왜 그랬냐고 이유를 물으려나? 차가 도로를 가르며 나아가기 시작한다. 그야, 나도 네가. 
     
     
     
     
    - 完.



     
     
     
     

     
     
     
     
     
     
     
     

     


     
     
     
     
     


     
     
     





     
     
     
     
     
     
     
     
     

     

    정말정말 좋아하는 장르인지라(몇 번이고 재탕하고 재탕하고 재탕하며 갓학을 기다림.)
    그만큼 자세하고 깊게 찍어먹게 된 AU가 아닐까 싶습니다...
     
    최대한 캐붕이나 작중 설정 붕괴를 내고 싶지 않아서 계속해서 웹툰 내용을 참고하며
    심혈을 기울여 작성하였습니다...(아닌 것 같은데)
     
    두 사람의 결말은 마음 가시는대로 상상해주시면 됩니다
    우선 저는요...더보기
     
     
    아래는 제가 좋아하는 격三 플레이리스트 채널(@영이 youngii_님)의 영상을 첨부하며 마무리합니다.
    https://youtu.be/oRgPeaqNOgM?si=2kc7EvWi9hR2j62L

     

     
     
     
    긴 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아래는 감사한 뚜연님의 선물입니다 ^//^💗






    해당 글은 천천히 내용을 덧붙이거나 다듬어나갈 예정으로
    수정 시마다 날짜가 갱신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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